드라마

#7 폭군

다시본다 2024. 8. 28. 11:41

  더위에는 좁디 좁은 소파위에 누워 스탠드 선풍기와 스탠바이미면 만족이다. 사실 스탠바이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삼탠바이미도 아니다. 그냥 LG스마트 티비에 거치대를 구입해서 설치했다. 스탠바이미는 그냥 세워 옆에 두는 물건이 아니다.  뭘볼까 고민 중에 갑자기 스쳐가는 기억, 죽어가는 디즈니플러스를 살리고 있다는 '폭군'이 떠올랐다. 기자가 의도한 것은 '폭군'은 재밌다. 그래서 흥행 조짐이 보인다 등을 말하고 싶은 것이지만, 그러나 평소 따지기 좋아하는 나에겐 디플의 이전 작품들이 본전도 못했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폭군이 영 아니라면 나 처럼 생각 많은 사람에게는 홍보가 아닐 수도 있다. ^^;;;;

 

호화캐스팅이다. 탑 배우 차승원은 1편에 나오지 않고 유명한 주역급 배우들, 얼굴 알만한 조역들도 가차 없이 보낸다. (위 인물 중 하나임.)   

 

  기시감이 느껴진다. 첩보원과 능력자들이 등장하는 곳에서는 '무빙'이 차승원의 말투에서는 '낙원의 밤'이 떠올랐다. 검색 해보니 '낙원의 밤'에 박훈정 감독이다. 내용은 첩보물 + SF,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바이러스에 의해 일반인과는 다른 우월한 능력을 가진  이들과 평범한 주인공 - 그러나 싸우는 능력은 대단한 - 의 대결 구도이다. (시즌 1은 그렇다) A와 B의 대결 구도에 C를 집어 넣어 흐름을 이끌어가면서 반전에 반전, 배신에 배신을 더한다. 물론 그래서 누가 누군지 누가 무엇을 하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시즌 1은 이제 시작 임을 알리면서 끝을 낸다. 그리고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든다 (만들어야 하는데....) 

 

  진부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끝까지 보았다. 4회뿐이기도 하고, 볼거리-호화 캐스팅과 CG -도 많다. 물론 조잡한 CG는 실망이다. 평소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역시 전문 작가의 작품이 아닌 것이 드러난다. 좋은 스토리는 모든 장면이 연결되어 있고 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앞의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런 것이 없다. 김강우는 도대체 누군데 아무렇게나 사람을 죽여도 되는가? - 물론 다른 이들도 막 죽이기는 한다. - 라는 질문이 발생하지만, 아무런 답 없이 내용은 흘러간다. 그래서 가끔 막히는 부분이 있다. 

 

  요즘은 이름도 모르는 배우들이 많다.(물론 내가 모르는 거다) 연기가 좋다고 정평난 배우들도 종종 자신에게 맞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어색할 때가 있다. 여주인공은 킬러다. 몸에 큰 문신만 하나 했을 뿐 킬러라는 느낌은 들지않는다. 너무 깨끗하다. 모용은 어떤가? 그 또한 조폭 두목의 이미지가 전혀 아니다. 수염을 길러도 소용없다. 첫 등장에 입은 정장도 그 이후의 옷들도 모두 어울리지 않는다. 영상은 실제로 보는 것이 아니니 디테일이 중요하다. 아쉽다. 그리고 또 하나, 연기톤이 맞지 않다. 주인공도 차승원도 톤이 다르기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 (자꾸 거슬린다) 차승원은 이전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지 - 성대모사로 유명해진 - 그 비슷한 느낌을 또 보여준다. 사실 새로운 캐릭터를 기대했는데 기시감마저 들게 한다.  

 

  와이프와 함께 드라마를 보다보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하나 더'라는 말을 던진다. 그만큼 재밌고 기대가 된다는 소리다. 그러나 그정도는 아니다. 정말 할일이 없거나 무더위에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보면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