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무브 투 헤븐_나는 유품 정리사 입니다_Prologue
몇 번의 실패 - 영화 같지 않은 영화 - 로 지친 영혼에게 위로의 작품이 필요하다. 뇌를 만족시킬만한, 모든 것이 딱 들어맞으면서도 반전이 있고 그러면서도 눈가를 촉촉히 적실 그런 작품 말이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금새 끝나고, 다음 편을 볼지, 잘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으로 OTT(현재 N, C, W, T, D를 보고 있다.)를 한참 뒤적거리다가 찾았다. 적재적소, 존재 이유가 있는 배역과 유품 정리라는 소재가 매편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래서 편마다 리뷰를 달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 그럼 시작 ~! (물결....TT - 물결이 아저씨의 전유물이라는...). .
유품 정리사는 실재 존재하는 직업이다. 특히 무연고 고독사, 범죄, 피해 현장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이다. 흔적(유품과 현장)이 남고, 그 흔적은 말을 한다. 대부분은 흔적을 무시하지만, 이 작품에선 그 흔적이 말해주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또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의 과정이 중요하다. 그것이 주된 이야기다. 사람마다 같은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만은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내 모두가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한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주된 소재인 흔적이 무엇을 말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것을 가능케 하는 인물이 한그루다. - 누구나 '나무' 한그루를 떠올렸을 것이다. 여자 주인공 이름이 윤나무니 합치면 '나무 한구루'가 된다. 일부러 재밌게 지은 것 같다. 근데 '설명'이 이렇게 길어도 되나? - 한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말투와 행동이 일반인과 다르다. 그렇지만 줄거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어마어마 - 일부러 '한'을 뺀 것임. 개인적으로 어마어마를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져서다. - 능력이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 - 사진을 찍는다는 표현이 더 맞다. 우영우(더 나중)가 떠올랐다. - 유품을 정리하면서 기록된 모든 내용을 외워 일반인은 놓칠 수 밖에 없는 것, 정말 필요한 것을 유가족에게 전달한다. 게다가 일반인과 다른 행동 중 하나가 '막무가내'인데 이로 인해 - 일반인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행동 -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거나 생각하게 하고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되고, 때로는 예상과 전혀 다른 새로운 방향의 시발점이 된다. 물건이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특별하다. 이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불필요한 배역이 없고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돌아보면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한그루는 아스퍼거 증후군로 일반인과 다른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지만, 극 중에서는 꼭 필요한 행동이기 때문에 설득력을 준다.
조상구는 삼촌이다. 한그루 아빠(지진희)의 이복형제다. 그의 첫 등장은 시청자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온다. 교도소다. 조상구가 좋은 사람이 아닌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지만 이건 초반 갈등 유발을 위한 아주 귀여운 장치일 뿐이다. - 사실 이제훈배우가 악당으로 나온 작품이 몇이나 있는가? 없지 않나? 그래서 그럴 줄(착할 줄) 알았다 - 근데 그는 왜? 감옥에 갔을까? 우리는 거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얽힌 내용을 알게되면, 첫인상과는 다른 조상구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각 회를 관통하는 큰 줄거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윤나무는 옆집 친구다. 윤나무는 왜 필요한가? 엄마 - 처음 본 배우인데 뮤지컬를 보는 느낌을 준다 - 아빠와 함께 감초 역할을 한다. 나름 사건을 전개하고 - 변호사에게 연락 - 또 사건을 해결 - 조상구를 지켜보다가 - 하기도 한다. 한구르와 불가능한 티키타카 대사를 조상구와 펼치기도 하고 - 사실 극중 모든 상대와 티키타카 한다 - 조상구와 함께 나름의 비중있는 역할을 해낸다. 만약 윤나무가 없다고 해도 이야기는 이어지겠지만, 재미는 조금 덜할 것이다.
세명의 인물과 각 기 다른 에피소드가 매회마다 함께 엮여져 있다. 그리고 -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 - 변하지 않는 중심 줄거리가 하나 있는데 '조상구'의 과거에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다. 각 회마다 다른 소재의 이야기가 재미와 감동을 준다.
부모의 사랑, 동성연애, 살인 사건 해결 등 흔적(증거)이 있으니 다양한 소재가 가능하고 그것은 흥미유발과 재미를 함께 준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참을 수 없는 눈물까지 흘러내리게 한다. 좋은 드라마다.
* 흔적(유품, 현장, 증거)이 중요하다 보니 무엇인가 우연히 발견한 상황이 많이 연출된다. 그런데 그 부분의 연기가 참 어색하다. - 마치 알고 있는 것 같다 - (보시면 압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