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작별하지 않는다.

다시본다 2024. 10. 19. 16:55

  한강 작가의 노벨상 소식을 SNS에서 처음 접했다. SNS는 뉴스를 가장한 홍보가 많다. 그래서 '설마'하고 검색도 않고 넘어갔다. 그런데 저녁 쯤에 여기 저기서 수상 소식을 알리는 것을 보면서 '진짜'구나 생각했다. 우리나라 문학에서 의태어, 의성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외국인은 그걸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노벨 문학상 받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은 것도 '설마'의 생각을 만들었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는 나에게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근데 뉴스를 보니 아닌 사람도 있다- 가슴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벅차고 감격스러운 소식이다. 그렇게 문학에 관심이 많다면서 한강작가의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책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책상 왼편 책장에 책이 꽂혀있었다. 분명 난 산적이 없는데 와이프에게 물어보았더니 자기도 아니란다. 그럼 누굴까? 하긴 지금 손에 닿는 곳에 책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니 누구는 끝. 

  노벨상 작가의 책을 읽고 리뷰를 해도 괜찮을까? 리뷰가 아니라 읽으면서 든 느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더 맞다. 어떤 느낌일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의 문체는, 바라보는 시점은 어떻게 다를까? 과연 어떤 특징이 있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책표지를 넘겼다. 

  제주 4.3 사건 소재로 했다는 기본적 지식만 가지고 책을 읽었다. 하지만 전반부는 두 친구가 만나게 된 이유, 함께 작업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그러다 친구에게 사고가 생기고, 제주에 홀로있는 친구의 '새'를 돌보려고 친구 대신 제주도로 내려가서 벌어진 이야기(?)다. 물음표를 넣은 이유는 실재로는 벌어질 수 없는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서울 병원에 있는 친구가 제주도에 나타나 4.3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그렇다.  

 

  환상적인 내용이 많은 하루키의 책이 생각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다르다. 하루끼에겐 사실 묘사적 부분이 많은 반면 한강은 사실묘사와 더불어 입체적으로 상황을 표현한 것이 다르다. 특히 읽다보면 과거형을 사용한 부분과 현재형을 사용한 부분이 두드러지는데 아마도 친구가 제주도에 나타난 비현실의 상황에서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적 요소가 가장 크지만, 무엇을 표현한지도 중요한 것 같다. 밥딜런이 노래로 평화상을 받은 것을 보면 보편적인 인간애와 업악과 핍박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적인 이야기가 그들에게 중요한 선정 대상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그 표현력, 익히 알고있는 단어를 섞어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그 탁월함이 책에 빠져들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독특한 시선과 문체는 내 머릿속을 휘집고 다녔다. 가슴 아픈 그 시절의 역사에 관해 다시 살펴보고 싶은 마음을 주었다. 책으로써 읽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생각을 집어넣고 행동하게 만든 글이다. 

 

  만화적 상상력, 영화적 상상력은 불가능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만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글도 그렇다.

 

  끊지않고,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이 글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글이 나에게 주는 느낌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 쓴다면 재미있게  (1) 2025.05.02
#27 어른답게 말합니다.  (3) 2025.04.14
#22 채식주의자  (0) 2024.11.15
#15-1 빅히스토리 공부_박문호  (0) 2024.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