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원래는 자전거로 다녀 올 예정이었다. 미세 방충망을 뚫고 들어온 빗물이 살에 닿을 때까지 계획은 그랬다. 다른 방법을 알아보는 중 비가 그쳤다. 반가운 소식이다. 오른손에 우산을 들고 작은 백에 핸드폰과 지갑을 넣고 어깨에 크로스로 매고 다녀오기로 했다. 비에 쓸려온 갈대 잎, 토사물, 진흙과 물, 전보다 더 갈라진 틈새까지 왕숙천 자전거 길에 얼마나 많은 비가 왔는지 알려준다. 자전거 뒷바퀴가 물 웅덩이를 지나갈 때마다 엉덩이가 점점 차가워진다. 크록스를 신었는데 물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하다 겉은 이미 물과 함께 들어왔다가 미처 나가지 못한 흙이 듬성 듬성 보인다. 가는 동안 비는 오직 않았다. 비는 아니지만, 땅에 고여있는 물과 내 몸 속 땀이 내 몸을 적신다. ㅎㅎㅎ 너무 일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