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원래는 자전거로 다녀 올 예정이었다. 미세 방충망을 뚫고 들어온 빗물이 살에 닿을 때까지 계획은 그랬다. 다른 방법을 알아보는 중 비가 그쳤다. 반가운 소식이다. 오른손에 우산을 들고 작은 백에 핸드폰과 지갑을 넣고 어깨에 크로스로 매고 다녀오기로 했다. 비에 쓸려온 갈대 잎, 토사물, 진흙과 물, 전보다 더 갈라진 틈새까지 왕숙천 자전거 길에 얼마나 많은 비가 왔는지 알려준다. 자전거 뒷바퀴가 물 웅덩이를 지나갈 때마다 엉덩이가 점점 차가워진다. 크록스를 신었는데 물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하다 겉은 이미 물과 함께 들어왔다가 미처 나가지 못한 흙이 듬성 듬성 보인다. 가는 동안 비는 오직 않았다. 비는 아니지만, 땅에 고여있는 물과 내 몸 속 땀이 내 몸을 적신다. ㅎㅎㅎ
너무 일찍 도착했다. 다이소에서 구경을 하다가 시간이 되어 상영관으로 바로 올라갔다. 아빠와 아들로 보이는 두 남자랑 엘베를 같이 탔다. 상영관 입구 로비에는 우리 세 사람 뿐이었다. 셋이서 오붓하게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부자가 먼저 극장으로 들어갔다. 나도 기다리다가 들어가느니 시원하게 앉아 있을 마음으로 - 비와 땀에 너무 젖었다 - 시작 시간보다 일찍 들어갔다. 그런데 부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영화다. 설마하는 마음에 자리에 앉았다. 혼자다. 혹시 내가 오지 않았으면 영화를 상영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아니다. 중간에 오는 사람이 있다면 영화 스케쥴 때문에 처음부터 상영하긴 어렵기 때문에 관객이 없어도 상영될 것이다.
김태곤 감독의 작품이다. 굿바이 싱글이라는 필모가 있다. 이선균의 유작이다. 목소리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성대모사를 했고, 그래서 영화 속 캐릭터보다 개인 캐릭터가 더 강하다. 영화를 보다보면 딱 맞는 배역이 있다. 아무리 연기 변신을 해도 어울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선균은 딱, 주지훈도 딱, 김희원은 어울리지 않는다. - 다른 역 (주로 깡패)을 맡았을 때는 딱이었는데...- 방금 말한 세 사람과 이선균의 딸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다. 딸은 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마지막 한 번 아주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스포 할 뻔.....ㅋ-
흐름상 필요하지 않은 인물들이 있는데 문성근 부부가 그렇다. 아마도 노부부의 사랑(눈물샘)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은데 하필 긴박한 상황이라 눈물(?)흘릴 틈이 없다. 골프 선수는 그래도 나름 자신의 특기를 발휘한다.
이 영화는 세 가지 극 중 위험 요소가 있다. 정치와 개와 장소(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다리)다. 이 것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국가안보실장이 과오를 덮기 위해 구조하지 않는다가 정치적 요소이고, 극비리 이송 중 탈출한 개들과 탈출한 곳(공항대교)이 위험 요소이다. 특히 다리 위의 한정된 장소는 긴장감을 더해주는데 설상가상 다리가 무너지려 한다.
오직 긴장감만 있는 영화와는 다르게 그래도 스토리가 있고 인물마다 극중 역할이 있어 - 자신의 직업에 맡는 렉카기사, 골프 선수 등 - 재미었다. 난생 처음 혼자 영화를 보려니 살짝 무섭기도 했는데 영화에 몰입되어 무서움- 무더위 아님 - 도 잠시 잊었다.
최종평. 탈주보다 탈출.
*탈출을 검색하니 이연걸의 '탈출'이 결과로 나온다. 그래서 '프로젝트 사일런스'를 붙였나?라는 질문을 끝으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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